현재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량의 99.8%를 바다를 통해 운송하고 있다.
이 수치는 무게 기준으로 금액 기준으로 할 경우 약 70%가 해상 운송이고, 나머지 30%가 항공 운송이다. 바다를 통해서는 원자재, 중간재, 소비재 등 다양한 품목을 선박으로 운송하고 있으며, 하늘을 통해서는 전자·전기제품, 기계류, 의약품 등의 상품을 항공기로 운송하고 있다.
여기에서 해상 운송과 항공 운송의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난다.
해상 운송은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폭풍과 태풍 등 기상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도 있지만, 항공 운송보다 정치적, 지리적 이유로 항로가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각 종 정치적, 지리적, 그리고 환경적 영향으로 바닷 길이 크게 제한을 받고 있으며, 특히 운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항공 운항도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경유 항로 대신 남쪽으로 우회하여 비행하고 있어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연료도 더 사용해야하는 등 운송에 차질이 생기고 있어 정치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유럽 출장 갈 때 2시간 정도 비행 시간이 길어져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이 글에서는 운하 중 국제 무역의 동맥이자 물류의 길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세계 양대 운하인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운하는 육지를 파서 배가 다닐 수 있게 한 인공적인 수로를 말한다).
수에즈 운하(Suez Canal)는 이집트 북동부에 위치해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을 최단 거리로 연결(홍해-지중해)하고 있는 운하다. 1869년에 완공되었으며 수압으로 물이 채워지게 되어 있어 별도의 갑문이 필요없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원유, 천연가스, 석유제품 및 컨테이너 화물이 배로 운송되고 있으며, 세계 교역량의 약 10~12%(약 2만척)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운송된다. 이 운하는 완공 초기에 유럽 국가들(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의 이권 다툼 대상이었으나, 1956년 나세르 당시 이집트 대통령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 선언으로 최종 이집트 소유로 운영되고 있다. 운하는 이집트 경제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통행료를 통해 연간 약 6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파나마 운하(Panama Canal)는 당연히 파나마에 위치해 있으며, 대서양과 태평양을 남아메리카 남단의 마젤란 해협을 우회할 필요없이 연결하고 있는 운하다. 1914년에 완공되었으며 갑문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농산물, 자동차, 석유 및 소비재 등 다양한 화물이 배로 운송되고 있으며, 세계 교역량의 약 6%(약 1만 4천척)가 파나마 운하를 통해 운송되고 있다. 이 운하는 1903년 헤이-부나우 바릴라 조약(Hay - Bunau-Varilla Treaty)에 의해 파나마 운하 지역의 사용권을 미국이 얻었지만, 이후 1977년에 채결한 미국과 파나마 간의 토리호스-카터 조약(Torrijos-Carter Treaties) 등을 거쳐 1999년 12월 31일에 미국 정부로부터 파나마 정부로 이전되면서 파나마 소유로 운영되고 있다. 참고로 이 조약에서는 "첫째, 1999년 12월 31일까지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파나마에게 양도한다. 둘째, 운하 운영의 영구적 중립을 보장한다. 만약 중립이 위협당하면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경제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연간 약 30억 달러 이상의 수익(2023.10.1.~2024.9.30.)을 얻고 있다.
최근(2024년 12월)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운하의 통제권 환수 언급하고, 이에 대해 미국의 중남미 동맹국인 파나마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SNS를 통해 "파나마 운하 통행 요금은 터무니 없는 바가지(rip-off)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완전하고 조건없이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내일신문, 2024.12.23.).
아마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토리호스-카터 조약의 두 번째 조항을 근거로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각 운하의 통행료 산정 기준은 아래와 같다.
수에즈 운하 통행료의 경우 선박의 크기(톤수), 화물의 종류 및 적재량, 운항거리에 따라 산정하고 있으며,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의 경우 선박의 크기(PCS, Panama Canal Universal Measurement System), 화물의 종류 및 적재량, 그리고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산정하고 있다.

이런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가 최근 위태롭다.
먼저 수에즈 운하에서는 2021년 3월에 모래 폭풍과 강풍으로 인해 발생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Ever Given호(선사: 대만 Evergreen) 사고로 선박이 운하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좌초함에 따라 운하가 약 6일간(3.23.~29.) 완전 봉쇄되기도 했다. 이 사고로 약 400척 이상의 선박이 대기하게 되며 하루 9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아울러 수에즈 운하와 같은 주요 해상 교통로의 중단이 원유, 천연가스, 소비재를 포함한 주요 화물 운송 지연으로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을 가져오는 등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사건이기도 하다.
또한 2023년 말부터 수에즈 운하로 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Bab el-Mandeb Strait)에서 에멘 후티(Houthi) 반군이 상선을 공격함에 따라 군사적 긴장 고조로 해운선사들은 자사 선박의 안전을 위하여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포기하고,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어 공급망의 차질과 함께 운임이 급등하기도 했다(자세한 사항은 이 블로그의 글 <회망봉 우회항로와 선박운임>을 참고하기 바란다). 참고로 홍해사태가 해결되면 컨테이너선의 경우 'TEU-마일' 수요(4%)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선복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되고 신조선 인도 등 공급 확대(5.4%)로 선박 과잉 문제가 커질 수 있다(출처: 내일신문, 2025.1.3.).
반면에 파나마 운하를 막은 것은 수에즈 운하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다. 파나마 운하에서는 엘리뇨로 인한 가뭄으로 인해 운하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끌어쓰는 가툰호수의 수위가 크게 낮아져 2023년 여름부터 일일 통과선박을 줄이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앞서 말했듯이 갑문 방식으로 배가 통과하려면 도크에 물을 채워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계단식으로 이용하는 데 끌어올 수 있는 물이 적기 때문으로 비가 많이 오는 우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파나마 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약 6%를 담당하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에서 미국 동쪽 해안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물량만 따지면 40%가 통과하고 있어 운임이 크게 상승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출처: 한경닷컴 '24.3.17. 기사).
지금까지 해상 운송과 함께 글로벌 물류에서 운하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앞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이며,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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