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글은 저자가 한국해사협력센터(KMC) 'IMO 소식 및 국제해사동향' 제24-4호에 기고한 글임을 밝힌다.
예멘 후티(Houthi)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일반 상선을 공격하고, 이에 대한 반격으로 미․영 연합군이 반군 보트를 침몰시키고 예멘 사나를 비롯한 반군 주둔지를 공습하는 등 홍해 해역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해운선사들은 항행 안전을 위하여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포기하고,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컨테이너 운임은 급격하게 증가하여 상하이에서 유럽 항만으로 가는 1TEU 당 컨테이너 운임이 3,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11월 초와 비교하면 이는 무려 310%가 오른 금액입니다.
수에즈 항로와 희망봉 항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우선, 운항거리와 운항일수를 보겠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하여 수에즈 운하(193km)를 통과하여 로테르담에 도착한다고 했을 때, 중간 기항지 수에 따라 약간 달라지지만 대략 운항거리는 20,000~22,000km에 이릅니다. 만약 17노트(knot) 속도로 중간 기항지 없이 운항한다면 27~29일이면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컨테이너선의 경우, 상하이, 카오슝, 싱가포르, 르아브르 등을 경유하기 때문에 실제 운항에는 36~39일 안팎이 소요됩니다. 반면 수에즈 항로 대신 희망봉 우회항로를 선택할 경우에는 운항거리가 6,300km가 늘어나고, 운항일수도 8~10일 정도 늘어나서 실제 운항일수는 44~49일 정도가 됩니다.
다음으로 연료비용을 보면, 1만5천TEU급 컨테이너선이 부산-수에즈-로테르담을 운항하는 경우 대략 2,900~3,100톤의 선박유가 사용됩니다. 저유황유 가격을 톤당 600달러로 잡으면 23~25억원 정도의 연료비가 듭니다. 그러나 희망봉 우회항로를 선택하게 되면 운항거리가 6,300km 늘어나면서 900톤의 선박유가 추가로 필요하고 연료비용이 약 5.4억원이 늘어나게 되지만, 수에즈 운하 통항료* 11~14억원은 내지 않아도 됩니다. 2만4천TEU급 컨테이너선이 부산-수에즈-로테르담을 운항하는 경우에는 3,000~3,300톤의 선박유가 사용되지만,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는 경우에는 선박유 1,000톤, 금액으로는 6억원의 연료비가 추가되는 대신, 수에즈 운항 통항료(18~22억원)는 내지 않아도 됩니다.
* 아시아發 유럽向 통항료가 유럽發 아시아向 통항료보다 20% 정도 더 높음
이렇듯 희망봉 우회항로 이용시 추가되는 연료비용은 수에즈 운하 통항료보다 적은 수준이므로 연료비 추가 소요를 운임 증가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의 급격한 선박운임 증가는 화물운송 지연으로 인한 추가 선대 투입 비용, 항행안전 위험요인 증가에 따른 보험료 인상과 더불어, 무엇보다 글로벌 물류시스템에 대한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