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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쏠쏠한 바다 이야기/조선, 해양, 그리고 해운

(알쏠바잡-9) 배도 체급에 따라 부르는 말이 있다(파나막스, 수에즈막스 등)

권투나 레슬링과 같은 스포츠 종목(주로 격투기)은 체급에 따라 부르는 용어가 있다.
권투를 예를 들자면 공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체중에 따라 라이트급(68kg 이하), 웰터급(74kg 이하), 미들급(82kg 이하), 라이트헤비(90kg 이하), 헤비급(100kg 이하), 그리고 슈퍼헤비급(100kg 이상) 등 다양하다.
이렇게 체급을 나누어서 경기를 함으로써 체중이 비슷한 선수끼리 경쟁하게 하여 경기를 보다 공정하게 하고, 부상의 위험을 줄이며, 체급에 따라 기술과 전략 등을 발전시켜 고유한 경쟁력을 가지게 만든다.
 
배(선박)도 체급에 따라 부르는 말이 있다.
다만 선박의 경우는 무게가 아니라, 선박이 주로 통과하는 운하, 수로, 항로 또는 특정 시설의 제약조건에 따라 부르게 된다. 주로 선박은 길이, 폭 등의 제원(particular)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달라진다.
특정 선박을 부르는 말은 스포츠와 다르게 이러한 제약조건에 맞춰 설계된 크기 등의 기준에 따라 사용되며, 각각의 용도와 경제성에 따라 국제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대표적인 선박의 명칭에는 파나막스(Panamax)와 수에즈막스(Suezmax)가 있다.
이는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박이라는 뜻으로 뒤에 '막스(max)'가 붙는다.

'파나막스'는 파나마 운하의 갑문 크기에 따라 제한되며 최대 길이(length)는 약 294m, 폭(breadth)은 32m, 수심에 해당하는 흘수(draft)는 12m 정도이다(약 5,000TEU 컨테이너선). 파나마 운하 확장(2016년 완공)으로 뉴파나막스(New Panamax 또는 Neo Panamax)하는 용어가 등장했으며 최대 길이는 약 366m, 폭은 49m, 흘수(draft)는 15.2m 정도의 배를 말한다(약 13,000TEU 컨테이너선).
'수에즈막스'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크기를 가리키 길이 약 400m, 최대 폭은 77.5m, 흘수는 20m 정도이다(수에즈 운하는 갑문이 없다). 지난 2021년 3월 수에즈 운하에서 Ever Given호가 좌초함에 따라 운하가 완전 봉쇄되었는데, 길이 약 400m, 폭 58.8m, 흘수(최대 흘수 기준) 16m의 20,000TEU를 적재할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었다. 추가로 이 운하를 통과하는 최대 크기의 원유 운반선(Crude Oil Carrier)을 수에즈막스 탱커(Tanker)라고 부른다. 
참고로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에 대해서는 저자 블로그 글 <글로벌 물류의 동맥, 파나마 운하 & 수에즈 운하>를 보기 바란다.
 
그 외에 선박의 종류(선종)에 따라 부르는 다양한 말이 있다.
1) 아프라막스(Aframax): 원유와 정제유를 운송하기에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중형 크기의 유조선으로 대형 항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항구에서도 운항 가능하도록 설계됨. 비교적 단거리 또는 중거리 운송에 적합함. 아프라(AFRA)는 1954년 쉘 오일이 선적 계약 조건을 표준화하기 위해 만든 유조선 요금 시스템인 Average Freight Rate Assessment의 약어로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으로 설계된 선박임.
2) 케이프사이즈(Capesize):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없는 대형 벌크선(Bulk Carrier)을 지칭하며, 철광석, 석탄, 곡물 등과 같은 대량의 벌크 화물 운송이 가능함.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우회해야함에 따라 붙여진 이름임.
3) 캄사르막스(Kamsarmax): 서아프리카 기니의 캄사르 항구를 기준으로 설계된 벌크선을 지칭하며, 주로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료)와 같은 특정 화물 운송에 최적화 됨.
4) 말라카막스(Malaccamax): 아시아의 말레이 반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사이의 1,000km 남짓되는 해협인 말라카 해협(Malacca Strait)을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박으로 대형 유조선과 벌크선 설계에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됨. 참고로 말라카 해협은 폭이 좁고 수심이 얕음.
5) 핸디막스(Handymax): 중소형 벌크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설계된 선박으로 소규모 항구에 접안이 가능하며, 다양한 화물을 운송할 수 있음.
6) MR 탱커(Medium Range Tanker): 정제유와 석유 제품 수요가 높은 지역 간의 운송에 사용되며, 특히 단거리와 중거리 운항에서 유연성과 경제성을 가짐.
 
아울러 장거리 원유 운송에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초대형(길이: 330~350m, 폭: 60~65m) 원유 운반선인 VLCC(Very Large Crude Carrier)가 있으며, VLCC보다 더 큰(길이: 400m 이상,  폭: 60~70m) 원유 운반선인 ULCC(Ultra Large Crude Carrier)가 있다. 참고로 이 선박들은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한다.
 
위 선박들에 대해 표로 정리하여 아래와 같이 나타내었다(참고로 본인은 이전에 대형 조선소 (조선)기본설계부서에서 기본반 설계자(Naval Architect)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가지고 있는 지식과 AI 툴 및 검색을 통해 정리한 표로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수정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편하게 의견주시기 바란다.
 

선박의 종류와 특징 (출처: 저자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