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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쏠쏠한 바다 이야기/조선, 해양, 그리고 해운

(알쏠바잡-6) 해상 보험, 저널, 그리고 선급의 시작점: 로이즈 커피하우스

조선과 해운 등 해사 분야에 일을 한 사람은 영국 선급(Classification Society)인 '로이즈 선급(Lloyd's Register, LR)'과 해운·조선 전문 저널인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잘 아는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Lloyd's of London(런던 로이드 또는 로이즈 보험)'도 같은 'Lloyd's'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3개 기관 이름에 공통적으로 있는 'Lloyd's(로이즈)'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이 단어의 기원은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까지 영국 런던에서 로이즈 커피하우스(Lloyd's Coffee House)를 운영하던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 때 당시는 세 차례에 걸친 영국-네덜란드 전쟁(영국과 네덜란드간의 해양지배권을 놓고 벌인 전쟁) 결과 영국이 네덜란드의 해양지배권과 해상교역권을 점진적으로 잠식하여 해상 무역을 장악한 시기였다. 
 
바로 이 시기에 런던의 커피하우스 중 템스 강(River Thames) 유역의 롬바드 가(Lombard Stree)에 있는 로이즈 커피하우스는 인기가 높아 항해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선원들은 해상 날씨, 해적 출몰 지역, 선박의 출항 및 도착 일자 등 각종 항해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했다. 이를 본 에드워드 로이드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고객들로부터 수집한 선박의 출항 및 도착 일자 등 중요한 정보를 종이에 적어 벽에 붙여 놓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후 1696년부터 관련 정보를 '로이즈 리스트'라는 정보지에 담아 정기적으로 발간해 무역 상인에게 이러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해운·조선 전문 저널인 '로이즈 리스트'가 된 것이다.
 

로이즈 커피하우스(Lloyd's Coffee House) (출처: Lloyd's Coffee House Painting)

 
또한 해상 무역 중에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었던 배와 화물, 그리고 선원의 안전을 보장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커피하우스에서 항해 위험을 담보하는 해상보험이 크게 성행하면서 지금의 '로이즈 보험'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보험의 특성을 역이용해 선박과 항해의 위험을 담보로 하는데 문제가 있는 선박을 가지고 보험에 가입했다가 선박이 사고나면 보험금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주들도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선박을 가려내어, 보험인수를 거부하거나, 이러한 선박에 대해서 보험료를 차별화하기 위해 보험인수업자(언더라이터, Underwriter)끼리 합의하여 설립한 것이 로이즈 선급이다.
 
로이즈 선급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선급으로 커피하우스 주인이 죽고 문을 닫게 되자 고객들 중심으로 1760년에 Register Society란 이름으로 설립하게 되는데, 이후 커피하우스의 이름을 따서 Lloyd's Register of Shipping이 되었으며,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이름을 지금의 Lloyd's Register로 변경하게 된다.
당시 선급은 선박의 상태와 안전성을 등급(Classification)으로 정하여 보증했는데, 이 등급이 보험료와 용선(chartering)를 결정하는 지표로 사용되었다. 초창기에는 선박의 등급을 A, E, I , O, U(선체, hull)와 G, M, B(의장품, equipment)로 정하여 최고등급은 AG, 최저등급은 UB와 같이 표시하였으나, 이후 A, B, C와 1, 2, 3으로 단순화 되었다.
 

영국 선급(LR) 부호(notation) (출처: 영국 선급)

 
끝으로 조금 생뚱맞지만 마이클 샌델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말하고 있는 커피하우스에 대한 다소 불편한 진실 한 가지를 말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사실 이 책을 보고 이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글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그러나 우리를 지배하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로이즈 커피하우스에서는 바다에서 실종되면 이익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자신의 소유가 아닌 선박에 '보험'을 드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보험업자가 이 곳에서 사람의 생명을 걸고 도박의 물주 노릇을 한 것이다. 영국법은 보험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급기야 1765년 독일 난민 800명이 영국으로 보내졌는데 이 커피하우스에 도박꾼들과 보험업자들이 모여 일주일 안에 난민이 몇 명이나 죽을지 내기를 걸기까지 했다.
영국에서는 사망을 담보로 벌이는 도박 행위가 만연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중의 혐오가 끓어올랐다. 결국 영국은 1774년 보험법을 제정하여 생명보험 가입 요건을 피보험자의 생명에 사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제한하게 된다."
 
지금도 런던 롬바드 가(Lombard Street)에 가면 당시 로이즈 커피하우스가 있었던 장소를 알리는 명판이 있다. 이제는 Sainsbury's Local이라는 마트 벽면에 그 명판만 덩그러니 붙은 채로...
 

영국 롬바드 가(Lombard Street)에 있는 로이드 커피하우스 명판 (출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