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알려진 가장 유명한 해양사고는 약 1,500명이 사망한 타이타닉호(Titanic) 사고일 것이다(이 블로그 글 중 <타이타닉호 사로, 그리고 SOLAS 탄생>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나, 사실 더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해양사고들이 있다.
이에 대해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은 그의 책 <불변의 법칙>을 통해 타이타닉호가 많은 이들의 머리속에 남은 이유는 스토리에 적합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승객에 포함돼 있던 많은 저명인사와 부자 승객들, 생사를 오가는 긴박한 순간을 직접 겪은 생존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 등이 그 이유라고 말하면서 이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타이타닉 사고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낸 해양사고 4건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1. 독일 여객선 빌헬름 구스트로프호(Wihelm Gustloff) 침몰 사고(1945년)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최악의 해양사고다. 1945년 1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사고로 약 9,300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의 타이타닉호로 불린 이 여객선은 독일이 소련군으로부터 피난민을 도피시키는 과정에서 정원의 다섯 배가 넘는 약 10,000명의 승객과 승조원을 태우고 서쪽으로 탈출하던 중 발트해에서 소련 잠수함(S-13)이 발사한 어뢰를 맞고 침몰했다.
참고로 이 사고는 비공식 사고로 공식적으로 최대 인명 피해를 낸 해양사고는 도냐파즈호(Dona Paz) 사고다(국제 해상법상, 해양 사고는 선박의 운용과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로 국한됨).

2. 중국 여객선 강아호(Kiangya) 침몰 사고(1948년)
1948년 12월에 발생한 중국 역사상 최악의 해양사고 중 하나다. 중국 내전 중 피난민이 탑승하여 상하이에서 닝보로 가던 중 황푸강 하구 근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제국 해군이 설치한 기뢰(naval mine)와 충돌하여 폭발로 인해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승객은 사고 직후 구조되었으나 이 사고로 2,750~3,920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밀항자들이 많아 추정치임).

3. 필리핀 여객선 도냐파즈호(Dona Paz) 침몰 사고(1987년)
1987년 12월에 발생한 사고로 공식적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해양사고다. 필리핀 타클로반에서 출발해 마닐라로 항해하던 중 유조선 벡터호(Vector)호와 필리핀 해상에서 충돌하여 발생한 사고다. 이 충돌로 벡터호의 기름 탱크가 파열되면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으며 불길을 급속히 번져 두 선박 모두 불길에 휩싸여 침몰해다. 탑승인원 4,388명 중 약 4,3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이후 도냐파즈호의 경우 법적 최대 탑승인원은 1,424명으로 사고 당시 최대 탑승인원의 3배가 넘게 승선한 채 운항했고, 충돌한 벡터호의 경우 선원은 무면허 상태였으며 선박의 안전점검이 부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고는 단순한 충돌 사고라고 하기보다 예고된 인재로서 선박 소유주와 관리회사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그러나 피해자들은 사고 후 10년이 지난 1999년이 되어서야 재판에서 승소하여 보상을 받았다).

4. 세네갈 여객선 르 줄라호(Le Joola) 침몰 사고(2002년)
2002년 9월에 발생한 사고로 세네갈 정부가 운영하던 여객선인 르 줄라호가 세네갈 남부 감비아 부근 해상에서 폭풍을 만나 침몰한 사고다. 승선 정원은 563명이었지만 사고 당시 약 2,000명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중 1,86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박의 안전 관리 부실과 함께 사고 당시 과적 및 구조 지연(생존자는 단 64명)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끝으로 타이타닉호 사고(1912년 4월)가 일어난 지 정확히 100년이 지난, 2012년에 발생한 해양사고에 대해 말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012년 1월, 이탈리아 서부 질리오섬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Costa Concordia) 좌초 사고로 30여 명이 사망한 사고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사고는 당시 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J.-U. Schröder-Hinrichs et al., 2012, From Titanic to Costa Concordia: a century of lessons not learned). 참고로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Francesco Schettino)는 사고 당시 선박을 미리 탈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받았고, 이후 재판에서 여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앞으로도 기술이 발전되고 안전 규정이 개발되겠지만 안타깝게도 어쩌면 우리는 또 다른 해양사고를 목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사고 예방(철저한 사고원인 분석과 함께)과 사고 피해 최소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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