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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나의 이야기

(조던 B. 피터슨: 질서 너머) 혼돈의 시기에서 새로운 질서의 시대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질서를 지키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어릴 적 초등학교에서 복도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좌측통행을 하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다(참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규정인 1905년 대한제국 규정에는 보행자 우측통행을 명시했으나, 일제 강점기인 1921년 조선총독부가 규정을 개정하면서 2009년까지 일본과 같이 좌측으로 통행하였다. 당연히 현재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우측통행이 원칙이다).
물론 공공장소에서의 질서는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즉각적인 해제 이후 지금(12월 14일), 우리는 혼란과 혼돈의 시간에 갇혀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혼란'을 "뒤죽박죽이 되어 어지럽고 질서가 없음"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혼돈'은 "마구 뒤섞여 갈피를 잡을 수 없음. 또는 그런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맞다. 지금 우리나라는 질서가 없는 혼란의 시기이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의 상태이다
2014년부터 4년 넘게 영국의 스코틀랜드에 있는 동안 영국의 중요한 국민투표(Referendum)를 2번이나 경험했다(물론 나는 투표권이 없었지만). 첫 번째는 2014년 9월 18일에 있었던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에 대한 국민투표였다. 두 번째는 2016년 6월 23일에 실시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Brexit)에 대한 국민투표였다. 첫 번째 투표는 국민들의 과반수 이상 반대(찬성: 44.7%, 반대: 55.3%)로 분리독립하지 않았으며, 두 번째 투표는 국민들의 찬성(찬성: 51.9%, 반대: 48.1%)으로 결국 영국은 EU를 탈퇴하게 된다(개인적으로는 두 번의 투표 모두 정치적인 목적이 그 배경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그 때, 주위 영국분이 나에게 "영국사람도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투표를 당신은 두 번이나 본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갑자기 조던 B. 피터슨(Jordan B. Peterson)의 <질서 너머>라는 책이 떠 올랐다.
우리는 보통 질서정연한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는 불확실성을 끔찍하게 싫어한다(저자 블로그 글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 불확실성에 대하여>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질서를 넘어 혼돈의 영역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질서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혼돈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의 예상 밖으로 변하며, 우리의 지식은 영원히 불완전하기 때문에 때때로 우리는 혼돈의 영역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혼돈의 상태에서 우리의 결정이 현명하다면 다시 더 나은 질서가 존재하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전한다.
"왜 ‘질서 너머’인가? 그 답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질서는 탐구된 영역이다. 우리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으로 목표하는 결과를 얻을 때 우리는 질서의 영역 안에 존재한다. 우리가 그런 결과를 긍정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목표를 이룸으로써 욕망하는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갔으며 세계에 관한 우리의 이론이 여전히 흡족할 정도로 정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질서정연한 모든 상태는 비록 편하고 안전하긴 해도 나름의 결함이 있다.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영원히 불완전하다. 우리 인간은 광대한 미지의 세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집스러우리만치 맹목적인 데다 세계가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예상 밖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면서 우리는 경솔하게도 모르는 모든 것을 고려 대상에서 제거해버리는 까닭에 그 질서는 곧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런 시도가 도를 넘는 순간 전체주의가 고개를 내민다. 전체주의는 원칙상 통제가 불가능한 곳에서 완전한 통제를 이루려고 할 때 동력을 얻는다. 그러고는 쉼 없이 변하는 세계에 적응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모든 심리적·사회적 변화를 가차 없이 제약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질서 너머 혼돈의 영역으로 나아갈 필요에 부딪힌다.
우리가 힘들게 얻은 지혜에 따라 행동할 때 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질서라면, 혼돈은 우리를 둘러싼 잠재적 가능성들이 우리의 예상이나 시야 밖으로 뚫고 튀어오르는 것이다. 어떤 일이 과거에 여러 번 일어났다 해도 그 일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알고 예측할 수 있는 것 너머에는 어떤 영역이 영원히 존재한다.
질서의 상태와 혼돈의 상태는 본래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12월 14일, 중요한 표결이 있는 오후 4시를 앞둔 이 시점에서,
끝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중 하나(인생이 망가지지 않는 법)를 아래와 같이 말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는 지금 현재 우리 모두가 제각각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 우리는 망가지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질서의 시대를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