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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나의 이야기

(켈트족 기도문) 바람은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

직장을 조금 오래 다녀본 사람은 제각각 소중한 동료를 떠나보내고 또 힘들어 한다.

 

나도 2년 전 겨울에 소중한 동료를 떠나보냈다. 비록 나의 경우에는 주로 내가 회사를 그만두며 동료를 떠났지만...

그러나 지금도 그 때 친했던 동료(이제는 친구라는 단어가 어울리겠다)들과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낸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2022년 12월 30일, 추운 겨울날이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 4년 정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함께 겪었으며, 때로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한 번씩 날카롭게 나에 대해 지적했던 동료였다(5년 전 회사 설립과 함께 1호 사원(사무국장)으로 입사하여, 1년 후 실질적으로 나를 연구소장으로 채용한 사람이기도 하다).

 

매년 업무가 쉽진 않았지만, 그해 너무 힘든 나머지 추석 즈음 나에게 퇴사 의사를 보내왔다.

그 때까지 혼자 그 많은 행정업무를 쳐 내면서, 대내외 온갖 일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며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모습은 존경심마저 느껴졌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조정래 작가의 책 <천년의 질문>에서 상세하게 다루겠다).

 

11월 말까지 두 달 정도 설득했다.

그 많은 행정업무와 수많은 일들을 혼자 감당하다가 업무를 도울 인력이 늘어나고 기반이 잡힐 때쯤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인데...

초기에 회사를 설립하고 기반을 다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헌신이 들어가는지는 그 일은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나도 영국에서 근무했을 때 지인과 함께 협회를 하나 설립한 적이 있어 조금은 안다(그 당시 그 분에게 가끔 농담삼아 그 전에 뭐하다 내가 영국에 오니 이러느냐고 핀잔을 주곤 했다).

 

그러나 두 달 정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을 다시 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선물과 함께 이제는 친구가 된 그녀의 편안한 앞날을 기원하며 내가 좋아하는 문구를 적은 액자를 준비했다(당시에는 켈리그라피를 배우기 전이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떠나는 길에 그 친구의 손에 쥐어 주었다.

 

결정은 독일어로 '떠난다'는 말이다(이 블로그에 있는 저자의 다른 글 <(보도 새퍼: 이기는 습관) 결정은 '떠난다'는 뜻이다> 참고하기 바란다).

나의 친구에게 그때 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싶다. 분명 좋은 사람들과 의미있는 일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때 그 친구의 결정과 용기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내며, 나의 기원이 이 글과 함께 작지만 위안과 힘이 되길 바란다. 

 

아래 글은 당시 손석희 앵커가 앵커브리핑 마지막회에서 한 멘트이다.
"그 간의 앵커브리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일랜드 켈트족의 기도문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끝으로 감명깊게 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별명을 지어달라는 상대 동료에 대해 우영우 변호사가 한 따뜻한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현재 켈리그라피를 배우고 있어 열심히 연습해서 선물하면 기쁠 것 같다.

"너는 봄날의 햇살같아.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