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그 때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나는 2월 초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에서 일하기 위해 서둘러 비자를 준비해서 3월 말에 영국에 넘어와 있었다. 가족들이 5월에 올 예정이어서 집을 4월 초에 미리 마련하기는 했지만, TV, 인터넷 등이 설치되지 않아서 그 전에 살았던 사람이 남겨두고 간 라디오에 의지해 세상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듣고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날씨 좋은 오후에 뒷 마당 잔디를 보면서 라디오를 통해 BBC 뉴스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긴급 뉴스였다. 탑승인원 476명 중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대형 참사로 당시 BBC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타전하고 있었다. 그 시절에 해외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당시는 한국보다 북한에 대한 뉴스를 더 자주 접했던 시기였다. 그 날 오후 옆집 영국 할머니가 나를 찾아와 걱정스런 목소리로 왜 그 많은 학생들이 같은 배를 탔는지 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나는 한국의 수학여행 시스템에 대해 어설픈 영어로 알려 드렸었다).
2024년 12월 3일,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소추안으로 다시 내외신이 떠들석하다.
순간적으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 개의 사건은 유사하지 않다. 그러나 나에게 모두 큰 충격으로 다가와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내가 지금도 영국에 살고 있었다면 아마 현지인들이 왜 한국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분명 물어봤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에서는 현 정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자유민주주의'란 "자유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 사상.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전제로 하여야만 가능하고, 양자(兩者)는 본디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민주주의를 이르는 말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으나 생각해보면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의미가 섞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와 관련된 용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주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문재인 정부는 자유를 뺀 민주주의를 사용했다.
'-주의'로 끝나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이념이나 사상을 뜻한다(예: 계몽주의, 낭만주의, 사회주의 등).
'자유주의'는 'Liberalism'으로 '-ism'이 접미사로 이념 또는 사상을 말하고 있으나, '민주주의'는 'Democracy'로 이와 다르게 사람들(demos)과 지배(cracy)의 합성어이다.
민주주의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라면,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자유로운 인격의 표현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형태다.
우리나라 현실 정치가 두 단어를 사용했던 행태에 따라 분류해 본다면,
'민주주의'는 결과의 평등, 차등 최소화, 정부의 조정기능과 분배, 시민사회 영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사용되었고, 이와 달리 '자유민주주의'는 기회의 평등, 능력에 따른 차등, 시장원리와 성장, 그리고 기업 영향을 중시하는 쪽으로 사용되었다(고철종 논설위원 기사, '22.5.22.) .
알고 있는가?
북한의 공식 국가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다(국제회의에 가면 영문명이 길어 다른 회원국들이 간단히 "DPRK"라고 자주 부른다). 북한 국가명에도 '민주주의(Democratic)'란 말이 분명 들어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서는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말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공화제(주권이 국민에게 있음)를 모두 지향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간 헌법을 가지고 있으나, 실상은 다른 나라들이 많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노력하고 행동하며, 그리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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