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독일어로 결정을 의미하는 단어 ‘ent-Scheidung’에는 이별을 의미하는 ‘scheidung’이라는 표현이 내포되어 있어 결정은 무엇인가를 떠나는 행위를 뜻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떠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여러 개의 보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결정을 위해 내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위에 글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진정한 결정을 내렸을지 생각해 보았다.
고등학교에서 어느 대학에 어떤 학과를 갈지 정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개의 옵션을 두고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직장을 선택한 것도 아닐 것이다.
다음의 3가지 정도가 나 스스로 선택한, 즉 떠나는 결정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결정은 대학교에서 학과를 전과한 것이다.
나는 대학교 학사 학위를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받았다. 고등학교 때 막연히 별이 좋아 비행기 파일럿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당시에 파일럿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공군사관학교로 진학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이 그냥 싫었다. 그래서 비행기와 관련있는 항공우주공학과를 지원해서 학위를 마쳤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대학원으로 진학하기로 생각하고 있는 중, 신문에서 잘막한 기사를 보았다. 같은 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어느 교수님이 바다 위를 낮게 나르는 비행기(WIG: Wing-in-Ground effect)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로서는 매혹적이었다. 그 기사를 본 바로 다음 날 해당 학과 교수님을 찾아가 석사학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항공우주공학과 동기나 교수님들은 이해를 못했다.
그러나, 나의 첫 결정이었다. 그리고 석사를 마치고 현대중공업 연구소에 취직해서 배에 대해 연구하게 된다. 비행기에서 배로 나의 인생의 방향은 조금 다르게 가기 시작한다.
두 번째 결정은 회사 몰래 박사학위를 시작한 것이다.
사실 석사 이후 박사과정을 계속할 수 있었으나, 당시 주위상황을 보면서 더 학업을 할 경우 시야가 좁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회사에 취직하고 8년이나 지난 후(1년의 고민의 시간과 함께), 나는 박사과정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이야기는 이 글에서는 말하지 않겠다. 회사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온전히 나의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면 회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같은 지역 대학교 학과장님에게 메일을 셨고, 학과장님의 추천으로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을 만났다(지금도 당시 나를 학생으로 받아주신 점에 감사하고 있다).
당시 처음 2년간은 너무 힘들고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6년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연히 후회는 없다. 힘들수록 단단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 번째는 회사를 그만두고 영국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박사학위가 마무리 될 때쯤 갑자기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씩 꿈꾸는 일이지만 당시 그 생각이 강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해외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상황을 살펴보면서 한 지인을 통해 연결된 영국(스코틀랜드 글라스고)의 University of Strathclyde의 한 교수님과 교신 끝에 전문연구원 자리가 나니 지원해 보라고 연락이 왔다.
그 해 늦가을에 지원했고, 다음 해 1월 화상 인터뷰 후 합격 통지를 받았다. 2월에 퇴사한 후 4월 부터 글라스고에서 전문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첫 6개월 간 3번 정도 아침에 눈을 뜨면 한국이었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언제나 눈을 뜨면 영국이었다.
그리고 적응했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때의 수많은 경험과 만났던 좋은 사람들은 지금도 소중한 나의 자산이다.
아마, 아니 확실히 또 한 번 결정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다시 한번 결정할(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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