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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그라피, 그리고 나의 이야기

(조정래: 황홀한 글감옥)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행복에 대하여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한 번씩 던지는 질문이다. 그리고 감동적이거나 인상 깊은 책을 읽었을 때 그 책을 쓴 작가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가급적이면 조금이나마 나의 생각을 담아 의미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어떤 글은 기획부터 글을 쓰고 나서 검토까지 한 달 정도 걸리는 글도 있다. 한 번씩 "내가 왜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글을  쓰고 있는거지? 그 시간에 나에게 시간과 여유를 선물할 수도 있는데..."라고 생각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글을 블로그에 최종 발행할 때는 한편으로는 큰 숙제를 하나 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글을 통해 어제보다 조금은 나은 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다.
 
나는 조정래 작가의 책과 글이 좋다.
강원도에서 군 복무 할 때 읽은 <태백산맥>을 시작으로 <아리랑>, <한강>에 이르는 대하소설과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천년의 질문>, 그리고 <황금종이>까지 그의 수많은 책들을 보면서 감동했고, 때로는 공감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던 중에 토요일 오후 한 때 들렀던 서점에서 작가 이름과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산 책이 바로 조정래 작가의 <황홀한 글감옥> 이었다.
나로서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인 그가 말하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배우고 싶었다.
 
그는 좋은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은 '삼다(三多)'라고 말하고 있다.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라(多商量)"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이 세상의 모든 기술이 연습으로 점점 나아지고, 계속 노력하면 요령을 터득해가며 숙달되고, 그 숙달이 어느 경지에 이르러 확고한 세계를 이룩하면 장인의 대접을 받게되듯이 글쓰기도 노력을 치열하게 바치면 점점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력의 시간을 다독 4, 다상량 4, 다작 2의 비율로 배분하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순서를 바꾸거나, 한 가지를 경시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유념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또한 여러 작가를 모방하되 자기만의 창조적인 세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아류로 끝나는 비참한 실패를 경험할 수 있으니, 모방을 하되 '창조적 모방'이 되게 하라고 말하고 있다.
한 번씩 좋은 글을 읽고 나면, 그 글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읽고, 좀 더 생각하고 살아야겠다.
 
"인생이란 노력이 피우는 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알았다. 나로서는 천재와 같은 조정래 작가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고, 8시 반쯤 글을 쓰기 시작해서 하루 일을 새벽 2시쯤에 끝을 낸다는 것을... 프리랜서의 슬픔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다. 그는 글을 쓸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제가 가장 불행할 때가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 얽혀 하루를 없애고 집으로 돌아올 때고, 가장 행복할 때가 글을 쓰고 있는 때입니다." 틀림없이 나와 같은 MBTI의 'I"가 틀림없다(사실 나는 이 검사를 해 본적이 없다).
 
책에서 조정래 작가는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불행을 느끼지 않을 때가 바로 행복한 때"라고 답하고 있다.
우리의 탐욕이 늘 저 먼 곳을 보고 있어서 바로 눈앞에 있는 행복을 못 보는 것이지, 인생은 불행할 때보다 행복할 때가 훨씬 더 많다고 말하고 있다. "탐욕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고 했다. 욕심이 전혀 없을 수 없으나 지나친 욕심, 즉 탐욕은 경계해야 한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행복해지기 위한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말을 하지 않았을까?
김주환 씨는 그의 책 <회복탄력성>에서 "진정한 행복은 외부 조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이다. 진행한 행복은 어떤 조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행복한 사람은 "성공하고 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에릭 와이너는 그의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행복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하면 행복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관련 나의 글은 <(김주환: 회복탄력성)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와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즐기면서 죽는 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행복에 대해서 욕심을 부린다고, 그리고 열심히 생각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노동은 치열한 것을 요구할 뿐 감상적 기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노동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느냐, 못 느끼느냐로 행복과 불행이 갈립니다. 저는 그 숨 막히는 노동의 세월을 '글감옥'이라고 표현했고, 그 노동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그 숨 막히는 노동을 견딜 자신이 없으면 작가 되기를 원치 마십시오."
 
아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바로 그 '행복한 때'이지 않을까?
글을 쓰다보면 나의 글이 나아갈 길이 보일 것이다. 그냥 지금은 생각을 멈추고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기원전 341년 ~ 기원전 271년)가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