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에 개봉한 영화 '쇼생크 탈출'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3등 안에 든다).
방금 검색해보니 미국의 글로벌 영화 정보 사이트인 IMDb의 Top 250 영화 중 '쇼생크 탈출'이 별점 9.3으로 영화 '대부(9.2점)'와 '다크 나이트(9.0점)'를 제치고 1위다. 안타깝지만 다시 말해 나만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소장해서 3번 넘게 봤는데, 최근에 TV에서 다시 방영해서 보게 되었다. 놀랍게도 예전에 보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은 맞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책도 다시 읽어 볼 만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책들만 소장하는 편이다(다시 볼 책이 아니면 대부분 중고서점에 판다). 소장한 책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다시 볼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멋진 문구들을 만나는 짜릿함이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다른 글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나 자신을 포기할 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를 참고하기 바란다).
글에서 이 영화의 줄거리 따위는 쓰지 않겠다(글의 지면도 아끼고, 혹시 아직도 이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영화 '쇼생크 탈출'의 영어 제목은 아래 영화 포스터와 같이 'The Shawshank Redemption'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영화 제목이 탈출인 'escape'가 아니라, 구원을 뜻하는 'redemp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아래 포스터의 사진인데 주인공인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역)'이 꼭 구원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하나만 더 말하자면, 앤디의 친구 '레드(모건 프리먼 역)'가 마지막 가석방 심사에서 답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원(또는 속죄)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기도 했다).
내가 지금도 머리 속에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영화 속 장면 3개가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주인공 앤디가 탈출에 성공한 후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아래 포스터의 장면이다.
작은 망치를 이용해 무려 19년간 감방의 벽을 팠다. 지금도 나는 "그 오랜시간 그를 견디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희망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자그마치 19년이다.
두 번째 장면은 앤디 덕분에 같이 일하는 죄수들이 동료 레드의 말처럼 "마치 자유인처럼 앉아 햇빛을 받으며 맥주를 마셨던" 장면이다.
이 장면 덕분에 대학교 입학 후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바(Bar)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면 주인 형과 함께 맥주를 마시곤 했다. 그 때 당시 맥주를 마시면 일과를 마친 편안함 속에서 영화 속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다.
기억에 남는 마지막 장면은 엔디와 레드가 만나는 장면이다.
앤디가 탈출하기 직전 레드에게 언젠가 출소하게 되면 어딘가를 찾아가라고 한다. 그 곳에 레드는 앤디가 숨겨놓은 편지와 돈을 발견하게 되고, 앤디가 쇼생크에서 말했던 멕시코의 해안 마을인 지후아타네호(Zihuatanejo)에서 결국 둘은 만나게 된다. 나는 둘이 재회하기 전 앤디가 오래된 배를 고치고 있는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언제 올지도 모를 친구를 기다리며 언젠가 그 배를 함께 탈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한 채...
앤디의 편지에는 아래의 말이 적혀있었다.
"Remember, Red. 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레드, 기억하세요. 희망은 좋은 겁니다. 가장 소중한 거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이 글을 아래 켈리그라피로 마무리하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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