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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나의 이야기

(홍춘옥 : 돈의 역사) 인구 감소,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의 길을 찾다.

나는 학창시절에 역사 과목을 매우 싫어했다.
기억력이 워낙 나쁘다 보니 무엇을 외운다는 것이 어려웠고, 부담스러웠다. 당연히 한국사와 세계사 두 과목 모두 싫었다. 어느 정도 나빴냐면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가려고 하면 어머니는 우산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을 정도다(오후에 비가 그칠 것 같다고 하시며). 내가 메모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다행히 앞으로의 시대는 무엇을 외워야하는 시대는 아닐 것이다.
지금도 기억난다. 가뜩이나 암기가 어려운데 "다음의 역사적 사건들을 시대 순으로 나열하시오"와 같은 문제는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였다. 아직도 우리나라 일부 교육에서는 상당 부분 암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영국에서 살았을 때, 아이들 학교의 역사 공부 방식에 대해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영국 학교에서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기간(1달 정도)을 정해두고 배경, 내용 및 의의, 그리고 영향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나가는 방식이었다. 선생님의 가르침 속에 토론하고, 질문하며, 어떤 인물이 자신은 좋은지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나도 학창시절에 이렇게 배웠으면 역사 과목을 사랑했을까?"라고 스스로 다시 물어본다면, "너는 그래도 똑같았을거야!"가 답이겠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나에게는 다행이다.
지금은 어떤 것이 기억나지 않을 때, 또는 누가 물어볼 때는 바로 인터넷 검색이나, AI 챗봇을 이용하면 된다. 이제는 누가 잘 물어보는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찾아내는지, 그리고 암기력이 아니라 창의력을 요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아무튼 지금은 학창시절처럼 역사 과목 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역사에 대한 책들이 친구처럼 좋다. 
 
홍춘옥 씨의 책 <돈의 역사>에서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세계사 속 50개의 각 주제별 역사적 사건들을 경제적·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돈의 흐름이 어떻게 국가의 흥망성쇠와 사회 변화를 이끌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 중 '영국의 인구감소와 산업혁명과의 관계'에 대한 글이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에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어 올해부터 본격적인 인구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추세라면 금세기 말에는 지금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 저출산,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 성장 둔화, 지역 소멸 등으로 근본적인 대책이나 변화가 없다면 이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영국 산업혁명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발생하기 이전, 한 나라의 국력은 인구수에 의해 좌우되었다. 중국은 많은 인구 덕분에 각종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다. 시장이 큰 곳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마련이며, 큰 시장을 가진 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세계 4 발명(화약, 종이, 인쇄술, 나침반)이 모두 중국에서 이뤄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중략)
그런데 왜 산업혁명은 중국이 아닌 서유럽 끝에 자리한 영국에서 시작되었을까? (중략) 1800년을 전후해 잉글랜드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1인당 소득은 인구에 의해 좌우되었다. 1310년 잉글랜드 지역의 인구가 577만 명으로 늘어났을 때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소득이 적었다. 반면 1450년 흑사병이 돌아 잉글랜드 지역 인구가 228만으로 줄어들자 소득은 1310년의 2배 이상 수준까지 상승했다. (중략)
그런데 1800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인구와 소득의 동반 상승’ 현상이 장기화 되기에 이른다. 왜 잉글랜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노동력이 비싸고 자본이 싼 곳에서는 기계를 사용하는 게 이익인데, 영국이 이에 해당되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잠깐 첨언하자면, 19세기 초반 일본과 중국의 상황은 대단히 비슷했다. 중국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었다. 중국 역사가들은 시장경제가 발달했던 양쯔강 하류의 사회상을 연구한 결과 ‘토지 단위면적당 노동 투입의 증가’가 1인당 생산량의 후퇴로 이어졌다고 보고한다. (중략)
또한 영국은 17세기부터 시작된 금융시장의 혁신 덕분에 저금리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나아가 풍부한 인력으로 해군을 건설해 물류 네트워크를 지키며, 외적으로 국토를 방어하는 데 성공하니 ‘산업혁명’의 발판을 았다고 말해도 충분할 것 같다. 반면 네덜란드는 육지에 터전을 두고 있어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에 끊임없이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18세기 말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해 산업혁명을 추진할 힘을 갖추기 힘들었다."
 
아울러 책에서는 근대적 성장인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체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해군력 강화와 조선을 포함 제조업 재건을 내세우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하는 정책일 것이다.
그리고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된 이유로 뉴턴과 같은 과학자들을 우대한 영국의 전통, 그리고 전쟁을 피해 영국으로 건너간 지식인과 자본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민정책과 맞물려서 중국의 인재들이 본국으로 귀국하고 있어 향후 중국 첨단기술 분야의 추가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우리에겐 사람이 중요하다.
김장하 선생님이 지금까지 형편이 어려운 1천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고 한다. 나는 그 학생들이 평범하고 상식이 통하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생님의 소중한 말씀이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외상외과 전문의인 이국종 교수가 최근 "조선에는 가망이 없으니 너희도 절이 싫으면 중이 따나듯 조선을 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외에 생각해봐야 할 다양한 말들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적지 않겠다.
옛말에 '좋은 약이 입에 쓰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 이롭다'고 했다.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역사는 되풀이되고,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보존해야 하며, 또한 그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블로그 글을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지성인인 이어령 선생님(1934~2022)은 "진실의 반대말은 망각이다."라는 말씀과 함께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셨다. "우리가 잊고 있던 것 속에 진실이 있어. 경계할 것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라네.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은폐가 곧 거짓이야."
소중한 것은 잊지 말아야 하고, 잘못된 것은 덮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