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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나의 이야기

(안석훈 등: 워런 버핏 경제 수업) 투자와 인생철학

책 제목에 '10대를 위한'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 있다.
물론 나는 마음만이라도 10대이고 싶은 사람이다. 이 책은 산 이유는 딸들이 어릴 때 부터 경재와 투자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산 책이다. 사실 나도 경제와 투자에 대해 깊이있는 지식은 없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읽고 싶어서 산 책인 것 같기도 하다.
 
책 표지 광고로 "소설 타입으로 하룻밤에 다 읽는 현실경제 수업"이라는 글이 쓰여져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데 꼬박 1주일이 걸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처럼 하룻밤에 다 읽을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책은 쉽게 읽혔는데 내가 게을러서 시간이 더 걸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이 책은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앞 선 블로그 글 <(앙드레 코스톨라니)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도 말했지만 올바른 인생철학을 가지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투자와 함께 그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실패하더라도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먼저 다음의 찰리 멍거의 '사회생활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이 마음에 들어왔다.
첫째, 자신이 사지 않을 물건을 팔지 않는다.
둘째, 존경하고 신뢰하지 않는 사람 밑에서는 일하지 않는다.
셋째, 좋아하는 사람들 하고만 일한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사회생활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 내가 사지 않을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팔지는 않을 수 있다. 영국에 있었을 때 BBC 드라마 '셜록'을 즐겨봤다. 이 드라마의 기억나는 대사 중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은 것이 무엇이든지 아무리 일어날 가능성이 낮더라도 그것은 사실이기 마련이야(Once you've ruled out the impossible, whatever remains, however improbable, must be true)"가 있다. 불가능하지 않다면 내가 사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워런 버핏'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나는 오히려 '찰리 멍거'에 관심이 갔다.
찰리 멍거(Charlie Munger, 1924~2023년)는 미국의 변호사, 사업가, 투자가다. 멍거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캘리포니아에서 일 하던 중 1959년에 워런 버핏을 만난다. 그 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1989년에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으로 취임하고, 이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멍거와 버핏은 서로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버크셔 해서웨이를 함께 일궈낸다.
그는 '내재 가치'와 '안전 마진' 개념을 강조하며 회사의 투자 철학과 기업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찰리 멍거는 워런 버핏에게 단순히 저평가된 기업을 사는 대신, '훌륭한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 전략으로 전환하도로록 조언했으며,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코카콜라'와 같은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버핏이  담배꽁초 투자(저가 매수 후 단기 수익 실현)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가 높은 기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참고로 멍거의 지인이 멍거에게 버핏을 소개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버핏은 이 자리에서 멍거의 유머 감각과 지혜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멍거 역시 버핏의 겸손함에 매료되게 된다. 경험상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아무튼 삶에서 유머는 중요하다.
 
책은 끊임없이 '가치 투자(value investing)'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10대를 위한 투자책인만큼 기본적인 재무제표 보는 법과 가치 투자 관련해서 '기업이 한 주당 얼마의 순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EPS(Earning Per Share, 주당순이익)와 '특정 회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로 나눈 값이면서, 현재 시가총액이 당기순이익의 몇 배인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순이익률) 등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래 책의 두 문단은 가치 투자에 대한 추가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20세기의 유명한 경제학자, 투자자, 금융 전문가입니다. 워런 버핏은 벤자민 그레이엄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례로 버핏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 벤자민 그레이엄은 나에게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라고 가르쳐줬습니다. 양말이든 주식이든, 저는 품질이 좋은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처럼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알고, 적당한 가격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한 경제 공부입니다."
“물론 버핏이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일을 해서 돈을 모은 건 맞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일의 종류가 아니라 자신의 일 그리고 판매하는 제품에 가치를 더했다는 점이야. 제품에 가치를 더하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소비자를 찾을 수 있거든. 이걸 조금 어려운 말로 하면 ‘가치 창출’이라고 한단다. 기업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그 아이디어를 상품화하지. 그리고 그 결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혹은 향상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이윤을 얻는 거야. 가치 창출은 기업 활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다면 우리에게 세계적인 투자자로 알려져 있는 워런 버핏이 실패한 적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버핏의 가장 첫 번째 투자 실패 사례로 꼽히는 것은 놀랍게도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 자체다. 1962년, 버핏은 섬유 회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했지만, 당시 섬유 산업은 하락세를 겪고 있었다. 그는 이 회사의 섬유 사업을 유지하려 했으나, 결국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고 섬유 사업은 중단된다. 이후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 지주회사로 변모했지만, 버핏은 이 초기 결정을 "감정적인 판단"으로 인한 실수라고 인정했다. 이후에도 항공사인 'US 에어웨이즈(US Airways)' 투자, '크레프트하인즈(Kraft Heinz)' 투자 등에서 실패를 맛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패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바른 인생 및 투자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글 <(김주환: 회복탄력성) 우리는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끝으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한 글을 아래와 같이 공유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재투자’ 덕분에 버핏의 재산 중 90퍼센트 이상이 그가 60세가 넘는 이후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과 일관된 투자 전략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자회사 경영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면서, 반대로 불필요한 관리와 관료주의를 줄이는 데도 집중했어. 대표적인 것이 1페이지짜리 보고서야. 버핏은 자신이 인수한 기업의 경영진에게 매년 한 장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데, 그 보고서에는 기업의 성과, 전략, 위험, 기회, 문제점 등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요약해야 하지. 의사소통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하면서, 불필요한 회의나 미팅을 줄이는 방법인 셈이야.”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워런 버핏에게 매우 특별한 자리이다. 그는 이 자리를 통해 자신의 투자 철학과 경험을 공유하고, 주주들과 직접 소통한다. 버핏과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고(故) 찰리 멍거는 매년 이 행사에서 5시간 동안 투자와 경제, 삶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한다. 이 주주총회는 투자와 경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축제의 장소인 것이다."
"버핏이 직원을 뽑는 기준으로 제시한 또 다른 기준은 바로 성실성과 지성, 그리고 에너지입니다. 그는 이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성이며, 성실성이 결여된 사람은 아무리 지성과 에너지가 뛰어나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에너지나 지성과 달리 성실성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죠. 성실성은 노력으로 입증되며, 나아가 신뢰의 바탕이 됩니다."
돈과 명예 모두 성공의 척도로 삼을 수 있지. 그런데 워런 버핏은 다른 가치를 성공의 척도로 생각해. 그건 바로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가’란다. 버핏은 돈의 양이나 명예의 정도를 인생의 목표로 삼으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어.”
 
오늘 내가 사는 이곳에 눈발의 흩날렸다.
4월을 불가 며칠 남겨두지 않았는데... 봄이 왔다고 생각했다(사실 3월 말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4월이 되었다. 어제 4월 4일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확정했다고 한다).
올해들어 1,400원을 넘은 원 달러 환율은 최근 더 오를 기세다. 국내 경제도, 증시도 모두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향후 트럼프 관세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후퇴와 금리 추가 인하가 동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바, 디플레이션만 오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증권시장 하강운동 과장기인 제3국면에 들어 갈 것 같다.
 
봄은 반드시 올 것이다.
얼음이 녹아야 꼭 봄이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저기 꽃 피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