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영국 출장 갔다가 둘째 딸이 한 번 읽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산 책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나도 다른 사람이 추천을 하거나 선물로 준 책 보다 내가 보고싶어 사거나 빌린 책을 먼저 본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 내가 하고 싶거나 관심있는 일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잘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어떤 것을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한 번은 시도해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최근에 선물로 받은 존 윌리엄스의 책 <스토너>를 읽고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려고, 그리고 생각의 유연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스스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물론 자주 망각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고집불통이 되는 건가?"라고 한 번씩 생각하면서...)
이 책을 산 또 다른 이유에는 애니메이션 <어린왕자>가 있기도 하다(몇 년 전에 보고 최근에 다시 보면서 영국에 출장가면 이 책을 꼭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Top 10에 든다).
프랑스에서 제작되어 2015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으로 원작의 미래를 다루고 있으며, 2015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상영되기도 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 영상과 달리 원작의 삽화와 유사한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되어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소녀에게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등장하는데 원작의 비행기 조종사를 재현한 것으로 영화에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의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비행기 조종사로 1900년에 리옹에서 태어나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비행기 정찰 임무 수행 중 안타깝게 실종되었다. 책은 작가의 삶을 말한다.
나의 어릴 때 꿈은 비행기 조종사였다. 비록 대학교를 '항공우주공학과'로 선택해서 공학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I may become like the grown-ups who are no longer interested in anything bur figures..."
아마 많은 사람들이 책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린왕자가 이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지만, 그들은 이 그림을 모자라고만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감성적인 것보다 현실적이고 경제적(숫자, figures)인 것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어른이 되지 않기를, 그리고 순수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자 가장 유명한 문구 중 하나인 아래 글과 연결된다.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로 번역되어지는 데, 즉 진정한 가치 또는 근본적이거나 소중한 것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다는 말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이 문구가 마음 속에 남아 아래 사진과 같이 켈리그라피로 써 보았다.
이 글은 아래 글과 함께 생각해야하는 데,
"I am nothing more than a fox like a hundred thousand other foxes. But if you tame me, then we shall need each other. To me, you will be unique in all the world. To you, I sall be unique in all the world..."
글 중 어린왕자는 여우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여우는 먼저 길들여야한다고 말한다. 길들인다는 것은 서로가 각각 특별하고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며,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후 여우는 작별 인사를 하며 바로 그 유명한 말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라고 말한다.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사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있다는 희망을 상징하는 말로 삶도 삭막하고 어려운 순간이 있지만,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본질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는 이 글의 주제와 다시 한번 연결되는 말이기도 하고, 힘들게 찾아낸 것일수록 더 소중하고 의미가 크다는 말이기도 한다.
나도 최근에 그 우물을 찾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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