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국내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 글을 쓴다. 혹시 글을 쓰다가 잠이 올까봐 커피를 한 잔 마셨다.
포리스트 카터의 책 <내 영훈이 따뜻했던 날들(The Education of Little Tree)>은 대공황 시기(1929~1933년)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체로키 원주민인 5살 소년 '작은 나무(Little Tree)'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산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중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내가 2022년에 감명깊게 봤던 책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제목의 3가지 주제에 대해서 책과 관련지어 말하고자 한다.
1. 좋은 일
이번 출장(80명 정도가 참여하는 행사)에서 나는 2시간이 넘게 계획되어 있는 정책토론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토론방식은 참가자가 8개 테이블로 나누어 앉고 내가 선정한 3개의 공통주제와 2개의 선택주제(10개중 2개 선택)에 대해 1시간 정도 테이블별로 논의를 하고, 정리해서 5분씩 발표를 한 다음, 끝으로 내가 정리 및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학교에서 주로 하는 토론방식으로 전문가 대상으로는 처음 시도해보는 방식이라 사실 토론이 잘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그것은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이 판명났다. 내가 할 일은 말을 아끼며 조용히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 유시민 작가가 말한(사실 본인이 조언 받은) '말하기 전에 생각해야하는 세 가지(1. 옳은 말인가?; 2. 꼭 필요한 말인가?; 3. 친절한 말인가?)'를 염두에 두고 항상 말을 할 때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은 아낀다는 것이 결국 말이 길어졌다.
옛말에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이 귀중하다"는 말이 있다.
책의 아래 내용은 나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일의 실천과 이것을 이웃과 함께하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할머니가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널리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면서.”
2. 좋은 나라
행사에서 'AI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로 강의 내용 중 AI 패권국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AI 기술 강국들이 기술력이 없는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행태를 부리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이에 맞서 우리나라도 소버린(sovereign) AI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독도'의 경우, 한국에서 ChatGPT에게 물어보면 '한국 영토'라고 하고, 일본에서 물어보면 '일본 영토'라고 하며, 미국에서 물어보면 '분쟁지역'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책의 아래 내용과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할아버지는 또 이런 말도 하셨다. 마찬가지로 나라들 중에도 허세를 부리고 잘난 척하면서 스스로를 맏형이라 부르며 주고 또 주기만 하는 나라들이 있다. 사실 그 나라들이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공짜로 주는 대신에 상대방 나라들이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주었을 테지만, 그 나라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 상대방 국민들은 더 이상 그 나라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자신을 따라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3. 좋은 위스키
나는 4년(2014~2018년) 넘게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살았다. 스코틀랜드는 위스키가 유명하다. 흔히들 말하는 스카치 위스키(Scotch Whisky)는 주로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를 말한다. 참고로 '글렌(Glen)'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위스키는 싱글몰트의 스코틀랜드 위스키라고 생각하면 된다('Glen'은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계곡'을 뜻하는 'Gleann'에서 유래했다). 사실 위스키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을 본 후 부터는 숙성기간이 표시(예: 12년산, 15년산 등)되어 있는 위스키는 잘 사질 않는다(숙성기간 표시가 없는 위스키가 있다. 이 글에서는 말하지 않겠다).
이와 관련된 책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할아버지는 위스키를 숙성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지 못하셨다. 할아버지는 평생 동안 이런저런 놈들이 오래된 위스키가 더 좋다고 떠들어대는 이야기를 무수히 들어왔다고 하셨다. 그래서 한번은 실험을 해보셨단다. 막 만든 위스키 중에서 얼마를 들어내놓았다가 한 일주일 정도 지나서 맛을 봤는데, 다른 위스키 맛과 논곱만치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건 위스키를 오랫동안 통 안에 넣어두면, 나무통의 냄새와 색깔이 위스키에 배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냄새를 맡고 싶은 머저리 같은 놈이라면 통 속에다 대가리를 처박고 실컷 냄새를 맡고 나서 깨끗한 위스키를 마시면 될 게 아니냐는 게 할아버지의 주장이셨다.
할아버지는 그런 사람들을 ‘통 중독자’라 불렀다. 나무 그루터기에 고인 물을 통 속에 오래 담가두었다가 그런 사람들에게 팔면 통냄새가 물씬 날 테니까 좋아라고 마실 거라고 욕을 하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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