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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나의 이야기

(김수영: 철학이 내손을 잡을 때) 오늘을 잡아라: 카르페 디엠 & 카이로스

좋은 인문학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즐거움과 함께 때때로 영감을 준다.

비록 나의 전문분야는 과학기술 쪽이고, 현재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대응과 관련 정책연구를 하고 있지만(사실 IMO 회의 참석차 IMO 본부가 있는 런던 출장 중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다른 분야의 책과 정보는 나의 안목을 넓혀주고, 전문가로서 나의 길과 평범한 나의 삶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향을 제시해준다.

 

모건 하우절의 책 <불변의 법칙>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미래는 항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따라서 미래는 항상 불안하다. 회사에서 비전이 중요하듯이 나도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틈틈이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만,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 내가 무엇을 하느냐가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메모광(memo fanatic)이다. A4 사이즈의 클립보드(A4 clipboard)를 항상 곁에 두고 다닌다.

20년 넘게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연말마다 다이어리를 받지만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받는 즉시 필요한 동료나 지인에게 줘 버린다. 다이어리는 쓰고 덥는 순간 바로 보지 못한다는 나의 근거없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에 비해 클립보드는 이면지를 재활용할 수 있고, 직관적으로 볼 수 있으며, 생각 날 때(특히, 깜깜한 밤에 자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바로 적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리고 다 쓴, 또는 잘못 쓴 종이를 찢어버릴 때 약간의 쾌감도 있다.

 

바로 이 클립보드에 내가 오늘 해야할 것들을 적고, 한 일은 삭제(cross out)한다. 이것이 내가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호라티우스(Horatius, 고대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의 라틴어 시에 있는 구절로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에서 유래한 말이다.

 

'카이로스(Kairos)'는 그리스어로 기회를 의미하는 남성신이다. 시간(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는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 이렇게 2개가 있다. '크로노스'는 과거부터 미래로 기계적으로 흐르는 연속적인 시간을 말하여, '카이로스'는 일순간이나 인간의 주관적인 시간을 나타낸다.

 

나는 나의 의지대로 오늘을 잡고 내 것으로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아래는 김수영 작가의 책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에서 말하는 '카르페 디엠'과 '카이로스'에 대한 내용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흔히 “오늘을 잡아라.” 혹은 “오늘을 즐겨라.”로 번역하는 말입니다. 이 말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덕입니다. 여기서 열정적인 교사로 열연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을 외칩니다. 대개 과거 일을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라, 오직 현재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이 두 단어 모두 고대 그리스어로 ‘시간’을 의미합니다. 크로노스(Chronos)는 우리가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앞뒤 순서가 항상 정해지는 시간입니다. 반면에 카이로스(Kairos)는 특별한 시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측정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부여하는 각별한 의미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카이로스는 ‘기회의 신’으로 등장하지요. 그런데 이 기회의 신, 그러니까 카이로스의 생김새가 몹시 흥미롭습니다. 우선 카이로스의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기회는 빠르게 달아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까이 왔을 때 재빨리 잡아채야 합니다. 만에 하나 놓치면 빠른 속도로 달아나 버리니까요. 그리고 카이로스의 머리칼은 얼굴 앞에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기회가 코앞에 다가왔을 때 카이로스의 머리칼을 잡듯 재빨리 잡을 수 있도록. 반면에 카이로스의 뒤통수에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카이로스가 돌아서면, 잡을 수가 없습니다. 한 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한 손에 무게를 재는 천칭을 들고 있습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의미입니다.

 

KAIROS (출처: media storehouse)

 

나는 카이로스를 잡기위해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며 오늘을 살고 있는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의 메모장에 적혀있는 오늘 할 일 한 가지를 삭제할 수 있어 기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