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그라피 수업에서 배우는 글귀 중에는 '꽃'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만큼 우리가 꽃을 좋아한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고, 다른 것을 비유하기 좋은 소재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꽃에 대한 문구가 많아 살짝 지겹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두 딸이 어렸을 적에 "무슨 색을 좋아해?"라고 자주 물어봤다. 여지없이 돌아오는 답은 "핑크색!"이었지만... 당연한 대답인데도 불구하고, "세상에 얼마나 예쁜 다른 색이 많은데"라는 생각과 "좋아하는 색이 변하지 않았을까"라는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계속 물어봤던 것 같다.
무엇이든 정말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기뻐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꽃과 옷, 그리고 장남감 등이 핑크색으로 되어 있어,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이를 통해 긍정적이고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이 없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스팅(Sting)의 노래 'Englishman in New York'의 가사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처럼 누가 뭐라 해도 나답게만 살면되는 것 아닌가?
관련해서는 블로그 글 <(스팅: Sting)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를 참고하기 바란다.
켈리그라피에서 수 많은 글자체가 있어 '꽃'이라는 글자도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계절마다 피는 꽃들이 다양한 것 처럼... 벌써부터 지겹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아직 나의 애정과 노력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이런 생각 속에서 내가 만난 글이 "모두 다 꽃이야"라는 국악 동요 가사였다.
이 곡은 작곡자 류형선 씨가 작사·작곡한 국악 동요다. 그는 현재 국악작곡가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서양음악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1990년대에는 기독교 노래를 작곡하다가 역사에 대한 음악가의 의무를 찾기 위한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민족음악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악 동요, 민중가요 등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요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해 보았다.
동요를 들어본지 참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불렀던 동요가 생각났다. "시대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듯, 동요도 많은 변화가 있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
"모두 다 꽃이야"는 다양한 장소와 모습, 그리고 이름으로 피어나는 꽃들을 통해 이 노래를 듣고 부르는 모든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모든 존재는 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체로 소중하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의 문화가 만연해 있는 것 같다.
급속한 산업화와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선망하는 가치가 획일화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비교에 대한 집착은 가혹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경쟁은 불안과 절망으로 이어져 불행한 사회를 만든다.
사실 거리에서 비슷한 유형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신업사원 입사지원서나 다른 기관 조직도에서 같은 머리 스타일의 사진을 볼 때마다 한 번씩 웃었던 적도 있다. "왜 굳이 돈을 써가며 다른 사람고 비슷해지려는 걸까?" 물론 유행을 따라할 때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고, 유행에 잘 따라한다는 칭찬이나 그런 시선을 느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수는 있을 것이다.
참고로 2025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 순위가 147개국 중 58위로 전년도보다 6계단 하락했다고 한다(삶의 만족도는 2021~202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쓰고나니 이런 '순위'라는 것도 비교의 한 종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 양해 바란다.
한 때 영국에 살면서 대형 마트의 물건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을 알았다.
유사한 식료품이나 비슷한 기능의 새로운 공산품 등을 갖다 놓아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발생하지 않듯이). 흔히 영국 물가가 우리나라 보다 비싸다고 하지만, 사실 외식 물가가 비싸서 그렇지 마트 물가는 한국보다 싼 편이다.
또한 출근하다 보면 그들이 입고 다니는 옷이나 가방을 보면 상당히 낡은 것들이 많았다(내가 살았던 동네는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서도 부유한 동네였다). 너무 낡은 가방의 경우, 한 번씩 같이 기차나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다가 궁금해서 물어보면 나름대로 가방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낡음을 자신만의 이야기와 함께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그들 문화도 한 몫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것"
어른 김장하 선생이 하신 말씀이다. 선생의 장학생 중 한 명이 "장학금을 받았는데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다"라고 말하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관련해서는 블로그 글 <(어른 김장하) 인간은 다른 존재를 도울 때 행복을 누린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다. 평범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다 '꽃'이다. 모두 다 아름답고 소중한 꽃이다.
그리고 그 꽃은 나이에 상관없이 매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글이든 글씨든 열심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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