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손글씨' 능력자가 뜬다"
최근 성인 남여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4%가 '손글씨를 잘 쓰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AI가 글까지 대신 써주는 '디지털 시대'에 젊은 세대는 오히려 '손글씨'를 잘 쓰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70% 이상), 심지어 부러워하는 경향(77.1%)을 보였다고 한다(출처: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여전히 아날로그 느낌을 좋아하고 감성적 가치를 높게 보는 현상은 켈리그라피(calligraphy)를 배우고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국제회의의 우리나라 리셉션에서 수묵 켈리그라피가 외국인들에게 인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통 부채에 그들의 이름을 한글로 써 주면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즐거움, 그리고 시대와 국경을 넘어선 공감이 그들을 불러모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 최고의 지성 중 한 분이신 이어령 선생의 예견은 앞서 말한 설문조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이어령 선생(1934~2022)은 생전에 '디지로그(Digilog,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라는 말을 만드시면서,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된 후 미래는 아날로그 가치가 다시 중요해시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셨다. 즉, 미래 정보사회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고 융합되면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신 것이다.
어찌 보면 인간의 삶과 문화, 그리고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과학적 사고와 철학 등 인문학적 사고, 이 모두를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소명'이란 말을 아는가?
'소명(召命, calling)'은 원래 종교적 개념으로 신의 부름을 받는 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차츰 일반화되어 개인이나 사회에 유익함을 제공하여 개인적인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개인의 삶과 목적과 의미로서 인식되는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생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일 그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자발성과 열정을 발휘한다는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출처: 소명의식의 선행요인 연구, 김유리 등(2016)).
영어도 그렇지만 한자로 된 단어의 경우 어원이나 단어를 분해해서 뜻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소명의식(召命意識)'은 '부를 소(召)', '목숨 명(命), '뜻 의(意)', '알 식(識)'을 써서 '하늘이 내린 명령(또는 하늘의 부름)의 뜻을 알아 이를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참고로 '소명(召命)'은 '사명(使命)'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명'은 맡겨진 임무를 뜻하는 말로, 소명을 통해 맡겨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소명'은 '사명'의 기초가 된다.
이는 앞서 말한 일반화된 개념에 투영해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먼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진실된 끌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스스로 선택한 일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수행함으로써 개인이나 사회에 유익함을 제공함과 동시에 개인적인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흔히 우리는 인생을 항해에 비유하기도 한다.
드넓은 바다 가운데에서 나침반 하나와 지도를 들고 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자신이 생각한 목적지를 향해 외로운 항해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지에 다다라 닻을 내린다.
나침반과 같은 삶의 방향 설정을 할 수 있는 마음과 함께 그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지도와 같이 시대를 이해하고 전체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기를, 이를 통해 발견한 목표를 향해 매진하여 그 곳에서 닻을 내리고 편안함과 성취감을 동시에 맛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2019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 받은 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 기억난다.
"모든 국민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은 돌 하나를 놓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낮은 자세로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나의 남은 소명은 무엇이고,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구하라. 그려면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찾았다면 기꺼히 매진하고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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