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 위로가 되는 말이 있다.
회사와 박사학위를 병행하던 때였다. 여느 때와 같이 토요일 새벽에 아침으로 먹을 햄버거와 커피를 사서 대학원 실험실로 출근했다. 토요일 오전의 실험실은 아무도 없어 집중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조용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더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바로 가방을 싸서 대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은 한 번씩 나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마음의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그 날 도서관 1층에서는 만화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윤태호 작가의 만화 <미생>을 만났다. 두 권만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을 들고 앉았는데 그 자리에서 전체 9권 모두 읽었다(2010년에 읽은 이 책의 감동이 사라질까봐 2014년에 나온 드라마 <미생>을 보지 않다가 2020년에야 보았다).
책을 읽던 중 "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을지 모를 하루 잘 보내셨습니까?"라는 글에 울컥했다.
왠지 모르게 "그래도 오늘 하루 수고 많았어!"라고 나를 위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하루를 마무리할 때 바쁘게 보낸 것 같지만 의미없이 하루를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래 나의 글씨가 나와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아래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썼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리고 아직 나의 글씨가 미생이라서 그럴 것이다.
언젠가는 완생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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