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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쏠쏠한 바다 이야기/바다가 품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

(알쏠바잡-12.1) 선박의 대기 오염물질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감기에 걸렸다.
사실 군대 제대한 이후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다(참고로 강원도 전방에서 근무했다). 또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코로나-19에도 감염된 적이 없었다(걸렸는지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대신 몸이 안 좋으면 감기나 몸살이 오는 대신 편두통이 심하게 오는 편이라 항상 두통약을 가지고 다닌다. 두통이 오면 "몸이 나에게 좀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건강은 자신하는 것이 아니다. 관리하는 것이다. 겨우 1주일에 1~2번 정도 하는 운동인데도 감기에 걸려 쉬고 있다. 그래도 기왕 쉬는 김에 이번 구정 연휴에는 잘 쉬고 돌아와서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라고 생각이 든다.
 
2025년 을사년 들어 미세먼지와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듯하다.
이 글의 주제인 '선박이 배출하는 대기 오염물질'에서 그 중 하나인 미세먼지는 독감의 발생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직접적으로 유발하지는 않지만, 면역 기능을 약화시고 호흡기를 손상시켜 독감에 걸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역대급 겨울철 독감이 유행하고, 나도 감기에 걸린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젠 나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감기가 걸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공장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우리가 눈이나 코로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경우에는 우리 일상생활하는 지역과는 조금 떨어져 있어 그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2000년 초, 울산에 살 때만 하더라도 비오는 날 저녁에 태화강을 지날 때면 강을 따라 날라오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선박도 화석연료(주로 중유나 디젤유)를 사용함에 따라 다양한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이는 우리의 건강과 함께 대기질 악화, 기후변화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선박의 대기 오염물질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온실가스(Greenhouse Gas, GHG)가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해상 운송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IMO는 지구온난화를 대비하기 위하여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감축 대상으로 명시한 6대 온실가스(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중 가장 배출량 비중이 큰 이산화탄소, 메탄, 그리고 아산화질소를 감축 대상으로 하고 이를 제제하기 위한 규제를 현재 논의 중이다(관련해서는 블로그의 다른 글 <초읽기 들어간 탄소세 도입... 해운산업 경쟁력 기른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선박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블로그의 다른 글 <(알쏠바잡-13)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은?>과 <(알쏠바잡-14)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어디까지 왔나?> 참고하기 바란다.

 

둘째, 선박이 고유황 연료를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황산화물(Sulfur Oxides, SOx) 있다. 황산화물의 경우 대기 중에서 황산으로 변환되어 산성비를 유발하고, 호흡기 질환 유발 등 사람을 비롯한 생물에 영향을 준다. 이에 IMO에서는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부속서 VI 개정을 통해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0.5%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MARPOL에 대해서는 블로그의 다른 글 <(알쏠바잡-11) 배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참고하기 바란다).
 
셋째, 선박 엔진의 고온·고압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itrogen Oxides, NOx)가 있다. 스모그 형성과 오존을 파괴하고, 호흡기 질환 등을 악화시키는 등 인체에 영향을 준다. IMO에서는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단계별(Tier I, II, III)로 설정하여 규제하고 있다.
 
넷째, 선박 연료 연소시 생성되는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PM)이 있다. 황산화물과 같이 고유황 연료 사용 시 미세먼지 배출량이 증가하는 데, 이는 우리가 잘 아는 대기질 악화와 이에 따른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현재 IMO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현재는 MARPOL 부속서 VI의 Regulation 14에 의한 SOx 규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PM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연료유의 황 함유량 제한를 통해 최대 70%까지 PM을 저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외 원유 탱커(Tanker)의 화물 적·하역시 증발과 엔진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 VOC), 연료의 불완전 연소로 발생하며 초미세먼지 발생과 함께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블랙카본(Black Carbon, BC) 등이 있다. 현재 IMO에서는 이들에 대한 배출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아래 표는 선박의 대표적인 대기 오염물질과 그 특징을 나타내었다.
 
이렇듯 선박에서 배출하는 대기 오염물질은 지구 온난화 가속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환경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IMO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술적·운영적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선박의 대기오염물질(출처: 저자 재구성)

 

끝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말하자면 선박 배출량의 약 5배가 넘는 온실가스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지구온도 상승을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인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미국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10가지 "기후 파괴 식품"으로 소고기, 양고기, 치즈, 버터, 닭고기, 송아지고기, 조개류, 칠면조, 돼지고기, 아스파라거스를 꼽고, 이 중 아스파라거스를 제외한 9가지 식품이 동물성 식품이라고 발표했다.

 

공장식 축산과 기후변화 (출처: 환경운동연합)

 

고민된다. 온실가스를 줄이자면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건지...

소고기와 아스파라거스를 함께 구워서 먹으면 더 맛있는데, 앞으로 이렇게 먹지 말아야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