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나의 이야기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욕망을 줄이면 행복은 늘어난다

글말글쓰 2025. 6. 29. 08:27

"요즘 10대 청소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복의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요?"
친한 지인의 느닷없는 질문에 머리가 멍해졌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행복에 대해 너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 계획했던 일을 차분히 하자. 그러다 한 번씩 기쁨이 찾아오면 기꺼이 즐기자. 어쩌면 이것이 단순한 나에게는 행복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글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즐기면서 죽는 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순간 나는 질문에 얼버무렸다. 그제야 지인은 그 어려운 질문을 한 이유를 알려줬다.
최근 한 연구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이 꼽은 행복의 가장 큰 요소는 '재산'이었다. 설문대상인 14~18세 청소년의 무려 절반이 넘는 52.1%가 이렇게 응답했다고 한다. 부모, 절친, 휴식, 외모, 취미, 삶의 목표 등이 그 뒤를 이었다(출처: 뉴스클립, 2025.6.26.).
"사춘기 때는 친구가 내 자식을 키운다"는 말이 있이 있어, 나는 '절친'보다도 높게 나온 '부모'도 눈에 띄었다(사춘기 전에는 부모가, 그  이후에는 사회가 키운다). 설문대상이 사춘기 정도의 청소년인 만큼 '친구'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단순한 생각이었다. 설문조사 분석결과에도 나와 있듯이 10대 청소년들은 벌써부터 계층 이동의 어려움을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하는 말들이 떠 올랐다.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며, 우리에겐 아픔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이 나로 하여금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라는 책을 다시 들게 만들었다.
이 책은 2013년에 발간된 책이다. 놀라운 것은 10년도 넘게 지난 현재, 한 온라인 서점의 국내도서 스테디셀러 44위에 올라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점 순위가 그 책의 가치를 말하지 않지만, 책을 잘 소장하지 않는 내가 아직 이 책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책을 처음 본 당시 "다시 볼 정도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처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욕망을 줄이면 행복은 늘어난다"고 말하고 있다.
197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MIT 교수인 폴 새무엘슨은 "행복은 소비를 욕망으로 나눈 것"이라는 행복 공식을 만들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소비를 늘리면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소비는 유한한 것으로, 편안한 행복을 위해서는 욕망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제 건강검진 접수를 위해 병원에 앉아 내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옆 자리에는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름 모를 카페, 음식점 등의 이름을 말하며, 유명해서 꼭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벌써 20분 넘게 기다렸지만 내 차례가 오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슬그머니 일어나 멀찍이 떨어진 자리로 옮겼다.
 
'소비'와 '욕망'이란 단어가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에게 "행복은 성취한 것을 바라는 것으로 나눈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든 작든, 소망하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하나씩 성취해 나가면서 그 기쁨을 마음 껏 누리면, 그것이 행복이지 않을까?"
 
끝으로 두 가지 사항, '은행의 기원'과 '복지자본주의'에 대해 책의 내용 중 일부 발췌해서 정리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은행의 기원'은 17세기 영국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금세공업자에게 금을 보관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금은 가지고 다니기 무거웠을 뿐만 아니라 집 안에 보관하거나 휴대하기에도 불안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튼튼한 금고를 가지고 있는 금세공업자에게 일정한 금액의 보관료를 주며 금을 맡기게 된다. 금세공업자는 보관증을 써주었고, 보관증을 가져오면 언제든지 다시 금을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바로 이들이 후에 은행가가 되었고, 이 보관증은 나중에 은행권(bank note)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금을 교환하지 않고 이 보관증을 교환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금보관증이 화폐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 후 금세공업자는 자신에게 맡겨둔 금화를 한번에 모두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맡겨둔 금화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한다. 욕심에 눈이 먼 금세공업자는 급기야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를 있다고 하면서 마음대로 금보관증을 발행한다. 금세공업자는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10%의 금만 찾으러 온다는 사실을 알고 금고의 금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발행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10% 지급준비율의 토대가 된다.
결국 금세공업자는 존재하지도 않는 금화의 이자수입까지 받아낼 수 있었고, 얼마 가지 않아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은행업자로 대변신을 하게 된다.
 
우리가 '복지자본주의'로 가야하는 이유는 "복지가 창의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라는 것은 사회 안전망이 잘 돼 있는 나라를 말한다.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모험과 창의력, 발명과 혁신 등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런 복지국가는 앞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말한 자본주의가 처해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발전시킬 가장 큰 성장 동력인 '창의력'을 가진 다양한 인재를 가지게 된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
그리고 "국가를 망치게 하는 첫 번째는 '철학 없는 정치'"라고.